생각서랍장2019. 5. 19. 03:34
나는 그동안 건방졌으며 내가 잘난 줄 알았던 그저 꿈많은 허영녀였다.

나도모르게
행복이 성공에서 비롯된다는 관념을 지녔고
그 성공은 비단 사회적인 명예와 출세를 갖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멋있으니까 큰 스케일을 이뤄내야만 그것이 해냄이라는 것이라고 마땅히 여겼으니까.

행복은 가까이에서 찾는 것이라는 얘기들을 포함해 소소하게 느끼는 힐링같은 것들이 행복이라는 말이 그저 성공을 위해 잠시 쉬어가는 멘탈 정비 과정 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결코 오래 평생 지속되어야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행복은 가까이에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은 그걸 일깨워준다.

나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 또한 여느 도시애들 가정환경에서 자라난 성공과 물질에 집착하는 사람이었다.

사실 나는 진짜 행복을 갖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의 욕심은 명예와 사회적 위치를 갖는 것이었고, 그것은 나의 행복이 아니었다.
그것을 행복이라는 수수하고 따뜻하며 꽉찬긍정적인기운안에서 주는 안정감의 뜻으로 대변했다는 사실이 아깝다.

행복하고 싶었다.
끝내 행복을 찾았다.
하지만 또 놓쳤다.
행복은 소소하게 스며들지만
그것들을 평소 습관대로 행동해버리면
그 행복은 서서히 증발해간다.
내가 열을 내어 내가 방출시킨다.

집에서 드라마만 보며 살을 찌우는 것
일년에 가끔씩 수려한 음식을 먹으며 감탄사를 내며 감사히 먹는 것
나의 아이가 친구랑 싸우고 와서 우는 아이에게 관계에 대한 교육을 해주는 것
일을 끝내고 정산을 하며 오늘 벌어들인 소득을 계산해보는 것
가계부를 적으며 이번달은 생활비가 빠듯하지만 오늘도 난방을 틀고 수도를 쓸 수 있다는 것
싸게 산 이불이 생각보다 질이 좋아서 구매후기평을 좋게 써주는 것
1000원 주고 산 로또가 5천원 당첨이 되는 것
일마치고 와 소파에 나란히 누워서 평일드라마를 함께 시청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행복이아니고서야 뭐라 정의할 수 있을까?
과연 다른 스트레스를 감당하면서까지 나의 의무를 다한 것에 대해 온전한 행복감을 느낄까? 나는 나를 위해 살아가나 남을 위해살아가나?
잘생각해보면 행복이 뭐였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너무 깊이 박혀버려 뭐가 잘못된 것인지도 몰랐다.
나는 행복해지고 싶었다.
나는 그런데 그 행복을 사치라고만 느끼며
하루하루 밟지도 못할 곳만 잡으려 아름다운 청춘을 저기에 내려두고 내 에너지만 엉뚱하게 과소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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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양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