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17. 11. 22. 23:16




어릴 때 가족들끼리 주말마다 등산을 가면
꼭 절을 들렸다.아빠는 약숫물을 받아오고
엄마는 공양과 기도를 드리러 들어갔는데
종종 나도 따라 들어가 절을 하고 기도도 하곤했다.

나의 소원은 항상 같았다.
'피아노 갖고시퍼요 부처님 사주세욤'
갖고 싶은게 있으면 용돈모아 사셈 주의자이신
우리 부모님께서는 내게 인형 하나 사주시지 않았다.
그래서 난 믿을건 부처님뿐! 하며 빌고 또 빌었다.

이제 경제적인 자립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며
계속 위시리스트엔 피아노가 가장 맨 위에 있었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피아노구입을 미뤘고

결국 올해가 가기 전에 그 소망이 이뤄지는 순간이 왔다.
너무나 오래동안 간직했던 터라
사겠습니다- 돈 띡- 주소 여기요-
이렇게만으로 내 방 안에 모실 수 있다는게
떨떠름하고 믿기지가 않았다.

발품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낙원상가를 부평지하상가의 악기버전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으며 절대 호갱이 되지 않겠다고 무서운 손님용 얼굴로 갈아끼우고 갔는데
생각보다 시세는 거기서 거기라 다르지 않았고
상가도 다리아파 죽을 걱정 없이 넓지도 않았다.

나는 한 6~7군데를 방문을 했는데
다 한층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돌아다니면서 사려는 가격대만 제시해드리면
알아서 물건을 보여주신다 그 것들을 비교해보면서
가격과 음질의 한계를 정해두면
사려고 하는 물건의 윤곽이 얼추 잡히게 된다.

그렇게 3군데 정도 장바구니•찜콩 가게가 생긴다.
괜찮은 곳이 있으면 명함을 받아 놓고 나중에 비교하는 것이 좋다.
같은 모델인데 가격이 비싼 것부터 버려나가면
한 두개가 남는데 이 때부터 고민충이 알을 깨고 나온다.
나는 삼분정도 복도에서 고민을 했고
casio회사의 cdp130을 사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집에가서 찾아보니 인터넷이랑 가격이 거의 비슷하다.
뭐 직접 소리도 들어보고 샀다고 생각하면 뭐.... 이런 (씆)

처음부터 비싼거 사지말고 쓰다보면 감안할 것들이 생긴다. 나중에 돈 더 모아서 종합적으로 고려한 내게 맞는 피아노를 살 수 있을 것 같다.
음질이 엄~청 마음에 드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 전자악기 느낌이 나는 것도 아니라 괜찮다.

집에 얼른 들어가고 싶은 이유가
푸림이 말고 하나 더 생겼네 기분 좋다

어릴 때부터 고모네 가면 할머니는 꼭 피아노 쳐보라며
못해도 좋으니 뭐라도 쳐보라고 하셨다.
내가 연주하는 피아노소리를 정말 좋아하셨는데
얼른 들으셔야죠 할머니~

Posted by 정양갱
오늘2017. 11. 21. 02:04





방과후 월급 타면 회 한번 지대로 쏘겠다고 했는데
바빠서 미루다가 이제야 대접해드리게 됬다.

할머니가 위독하셔서 쓰러지시고 제일 힘들었을 아빠.
갑자기 일어난 많은 일들에 처리할 것도 너무 많아
지쳐 있다.

집에가서 혼자 밥 차려 먹기 힘들다고 카톡이와서
집 앞 횟집에 앉아계시라고 하고 부랴부랴 왔다.

밥 잘 먹고 다녀야하는데
많이 야위었다.
저녁 때 일하느라 아빠랑 같이 밥을 못먹어서 아쉬웠는데
일을 그만두니
이렇게 오랜만에 같이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좋다.

강하디 강한 아빤데 얼굴에 우려와 근심이 가득하니
마음이 안좋다.
할머니의 상태로 봐선 이미 시한부로 기정사실화 됬으니
그 사실을 알고 지켜보는 자식은 얼마나 힘들까
슬픔을 헤아릴 수 없겠지

자식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어 미안할 따름이다.

아무튼 회는 참 맛있다.
자연산이라 그런가 살코기가 부드럽네

앞으로의 계획도 얘기나누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오랜만에 웃음을 지었다.

아빠 돌아가시고 땅치고 후회하지 말고
살아있는 이 순간 한 장면 하나하나
기억하고 소중히 해야지.















Posted by 정양갱
오늘2017. 11. 16. 23:22




사당에서 연습을 마치고 집에 가려는데
이뎐의 급만남 주선
맨날 빽순대 빽순대하더니 드디어 먹어보는건가
응삼이도 꼬셔서 저 멀리 일산에서 수댕이랑 날아왔다.

여기는 백순대 상가라고 해서 회센타같이 테이블 몇 개씩 구역이 나뉘어서 여러개의 식당이 모여있는 곳인데
입구에 드나들면 여기로 오라 저리로 오라며 친히 반겨주신다.
전라도출신의 남친이 있는 친구 덕분에 다른 선택장애 없이 전라도집 미자네루 왔다.(선정사유 매우단순)

기대했던 백순대는
정말 백순대 그 자체였다. 희무끄레한 색깔의 순대.

내가 21살에 순대곱창으로 소주를 배웠던지라
소주가 참 잘 들어갔다.
사실 소주 맛을 좋아하진 않는데 가끔 이렇게 안마실 수 가 없는 안주가 나오면 소주가 쓰지 않고 맛있을 때가 있다. 기분탓인가

미자처럼 사장님은 정말 친절 하시다.
장사를 잘 할수 밖에 없으신 것 같다.
농담하시고 도망가시고ㅋㅋㅋ 귀여우신 사장님
서비스로 종이컵에 복분자 원액을 소주에 타 먹으라고 가져다 주시는데 한 컵으론 부족해 몇 번 부탁드렸다... ☺️❣️

센스있게 소주로고를 업체명으로 패러디해 하나하나 붙이시고 미자처럼으로 주세여 하니까 저거 맘에 드냐고 저렇게 스티커도 그냥 갔다 주셨다ㅋㅋㅋㅋ

복분자 서비스도 그렇고 여러가지의 디테일이 좁은 가게안이라도 곳곳에 숨쉬고 있어 사장님이 장사하시는데 애착을 갖고 계신다는 것을 자연히 느낄 수 있었다.

나중에 비벼먹는 볶음밥도 참말로 맛있었다
재방문 의사 1000% 이렇게 손님을 사랑하는 사장님은
다시 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신림가면 또 들려야지.




Posted by 정양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