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17. 12. 11. 19:34

2017.12.10일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열흘 째 되날 이었다.

날씨는 춥지만 견딜 수 있는 날이다.

 

 

뮤지컬 수업을 듣는 학생으로부터 어떻게 어떻게 연결이 되어

학생 사촌오빠의 제안으로 환경 음악봉사 NGO에 등록하게되었다.

 

 

늘 봉사단체에 가입해 어려운 계층을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매월 돈으로 납부하는 것도 매주 요양원에 찾아가는건 취준생으로 부담스럽다고 느끼다보

직장이 제대로 잡힐 때까지 미루고 있었다.

그린풀하모니는 마침 내가 가진 재능을 살려 봉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솔깃했다.

 

 

졸업하고 나서 합창을 할 기회가 없어서 늘 사람들과 함께 다시 하모니를 이루고 싶은 갈망이 있었는데

이런 기회로 자유롭게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게다가 평소에 환경에도 관심이 있던 나는 이러나 저러나 일거양득으로 취지가 부합해 망설임 없이 가입했다.

 

 

들어온지 2주 된 시점에서 첫 봉사활동이 잡혔다. 

안산에 있는 테레사 수녀원에서 몸이나 마음으로나 할머니 할아버지의 마음을 채워줄 작은 음악회.

 

 

들어와서 연습을 두어번 밖에 못해 아직 박자가 숙달이 안된 곡도 있었지만.

합창은 지휘자와 끊임없이 교류하며 이뤄지는거니까

지휘자 선생님에게 내 박자와 가사를 맡겼다.

 

지휘자 선생님께서 간단히 인사를 하는 동안

나는 한 분 한 분 동그랗게 모여계신 노인분들을 보았다.

손을 공손히 모으고 기대 가득찬 똘망똘망한 눈빛,

손꼽았던 순간을 맞이하는 것 마냥 영락없는 아이의 모습으로 순수한 모습으로 우릴 기다리고 계셨다.

 

그 모습을 보니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에 눈치없이 눈물이 맺혔다.

평소에 할머니 앞에서 노래를 자주 들려들었으면 좋았을텐데,

우리 가족만큼은 더할나위없는 퀄리티로 보여드리겠다는 욕심으로

기다려달라 기다려달라 하며

하나뿐인 손녀가 재롱 떠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나날들이 아쉽고 다시오지 못할 날들이 그리워서였다.

 

그 곳에 앉아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노랠부르는 내내

행복한 얼굴 박수도치고 따라부르시며 호응해주셨다.

 

 

한 할머니께서 우리가 끝나기도 전에 오셔서 합창단원 한분 한분 손수 포장하신 사탕봉지를 나눠주셨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우시기도 하고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하다.

 

 

 

 

노래가 끝나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한분한분 손을 꼭 잡고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시라고

내년에 또 오겠다고 약속드리며 인사를 드리니 가슴이 너무 뭉클해서 얼른 나오게 되었다.

 

비록 장소도 협소하고 피아노의 음향이 좋지 않아 앰프에서 기타소리가 나는 신기한 광경이 벌어졌지만

그런게 다 무슨 소용있을까 진심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움직이는건데

그 마음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느껴졌으리라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할머니가 쓰시고 남은 기저귀와 패드를 기부도 할 수 있었고

우리 할머니 또한 독실하신 천주교 신자였기 때문에 수녀원 봉사 활동이 더 보람있게 느껴졌다.

 

평소 춥고 삭막하게 느껴졌던 안산의 이미지였는데 그 날 만큼은 따뜻한 색깔이 입혀진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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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양갱